본래 이 책을 집으면서 지리학적 분야에서의 교양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건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별로라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를 조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의식이 될 정도로 인상깊었던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1장에서의 창의성을 죽이는 대한민국의 학교 건축에 관한 부분입니다. 건축이 가져올 수 있는 '창의성'에 대해 저자는 책 전체를 관통하여 강조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학교가 가장 뚜렷합니다.
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1자 혹은 ㄱ자로 된 건물에서 지냈고, 고등학교때는 H모양에서 가지 하나가 잘린 모양으로 된(?) 건물에서 지냈습니다.
확실히 학교 건물 내에서 이동할 일이 있으면 고등학교 때 더 다양한 경로로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독특한 학교 구조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랬기 때문에 등교/하교할 때나 다른 반 친구를 보러갈 때 늘 같은 길로 다닐 필요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계단과 같은 통로가 많다보니 선생님들의 눈이 완전히 닿지 못하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과거에 수능 준비를 하는데 좋은 영향을 많이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학교는 2010년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학교 건물을 대학교마냥 분리시키고 공원에 건물 여러 동을 만들면 참 좋게습니다만, 점진적으로 당장의 1자 혹은 ㄱ자 모양에서 벗어나는 시도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생각합니다. 학생의 수가 본격적으로 줄어드기 시작하는 요즘 시대에 기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학교를 유지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왕 통폐합을 하게 된다면, 쓸데없이 지가가 높은 곳에 자리잡아 좁아터지려고 하는 학교는 없애버리고, 구도심과 같은 넓은 곳에 2층 정도 신박하게 생긴 건물로 해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책에서 긍정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을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것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너무 건축을 대접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산업화, 종교, 권력 등등의 분야들이 건축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충분이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몽골제국은 건출 문화가 없었기 땜누에 망했고, 건물의 위치에너지를 통해 권력을 비교하고, 한국은 온돌이라는 난방 시스템 때문에 일본보다 산업화가 늦었고 하는 이야기는 너무 나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위 말하는 뇌절입니다. 아무리 '인문학적 해석'이라는 말을 갖다붙여도 너무 억지라는 것입니다.
이 두 커다란 줄기를 제하고 나면 크게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소 뻔한 이야기들이 꽤 되고, 또 그렇게 하기 힘든 현실을 마주할 뿐입니다. 뭔가 좋은 내용들은 참 많은데, 얼기설기 나열되어 있어 일일이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명료하지 않은 느낌. 그래도 어떤 인간과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나타내는 건축의 '교양'적 측면이나 '인문학적' 측면에서는 결코 나쁘다고 하기는 어려운 책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제 코드가 인문학과는 거리가 조금 먼 모양입니다.